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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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그렇고 앵글도 그렇고 어찌보면 새롭고, 어찌보면 생경한 형식의 영화.

하지만 그 생경한 형식을 뛰어넘는 몰입력이 있었다.

역시 배우들의 연기 때문일 테고, 긴장감있는 각본의 힘 때문일 테고,

물론 연출력 때문일 거다.

각본은 오래 전에 한 바퀴 돌다가, 사장됐는데 뒤늦게 감독에게 발굴된 거라고.

여자 셋이 주인공인데 시대극이니, 예산 때문이라도 오래 전엔 쉽지 않았겠지.

헐리우드도 비슷한가 보다.

 

애비게일.  책을 훔쳐서라도 읽는 품위있고, 도도하고, 따뜻한, 하지만 몰락한 귀족 아가씨.

아버지 도박빚인가에 팔려가 처참하게 생존하다,

그녀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영화를 보면), 정말 그게 유일한 방법인 것 같은, 유일한 방법으로 살아남았다.

살아가는데 품위와 따뜻함은 정말 거추장스러운 것일까?

그녀는 다른 그녀가 된다.

 

앤 여왕에게 필요한 건 사실 따뜻함 같았는데,

하긴 이게 그녀의 삶에 대한 나의 너무 안일한 생각같기도 하다.

앤 여왕은 아이 18명의 일부는 유산했고, 일부는 죽었고, 남편도 일찍 사망했다.

죽음에 둘러쌓인 그녀는,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고 삶을 끌고가는 느낌이었다.

묵직하고 끈적끈적한 그림자를 숨을 헐떡이면서 질질 끄는.

 

영화 마지막에 애비게일에게서 따뜻함과 품위는 사라졌다.

그건 내가 애비게일에게서 좋아한 거였는데.

이제 권태와 구역질로 가득한 삶을, 화려한 옷으로 감싸고 있었다.

 

오만한 앤 여왕의 측근인 사라도, 결국 가장 원하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고.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결말.

그들이 가진 모든 좋은 것들을 내 던지고, 세 주인공이 얻은 결말이란 게 참.

 

정말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거야? 

인간은?!!!

답답하다, 답답해.

 

이 영화 며칠 계속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