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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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안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의 엄마가 

아들에 대한 끓어오르는 모성애와 발버둥치며 치열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그 치열함만큼 끓어오르는 아들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해자의 가족인 것처럼 끔찍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해자 가족은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가가

고통을 헤집고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어떤 극단적인 전형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늘, 내 관심을 끌곤 했다.


읽는 내내 마음을 헤집는 것처럼 아팠다.

저자의 슬픔에 깊이 동조하면서도

저자가 결국 잔혹한 가해자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아들을 혹시나 비호하고 있지 않는지 무섭게 감시하는 내 눈이 보여서.

늘 비난할 준비가 돼 있는 내 자세가 또한 놀랍고 차갑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모두 알고 받아들이면서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저자의 이를 악무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서

힘들었다.


다 읽고 나면 사람이란 정말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오래 같이 살고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우리가 다른 존재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누군가가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는지, 

결코 그럴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겸허해진다.

함부로 누군가에게 했던 분석과 투사가 부끄러워 지기도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게 인간이겠지.

그런 게 사랑일 수도 있고.

어떻게든 이해하고 싶어서 일부러 무엇이라 규정하기도 하고.

그런 게 인간의 한없이 약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면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 무엇으로도 정의 내릴 수 없어 배신감마저 드는 사람의 마음에 정말 가닿고 싶어서 

들끓는 애정으로 끊임없이 부딪히고 또 부딪히며 여기저기 생체기를 입지만,

그럼에도 한 발자국을 더 내딛는 인간의 사랑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사랑은 어떤 형태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거 같다.

결국 이 책에서 최종적으로 보이는 건 아들에 대한 엄마의 어쩔 수 없이 심원하고 뜨거운 사랑이니까.




156

신이 정말로 우리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타인의 행동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고 나는 진심으로 믿는다.

 

160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슬퍼하고 있잖아. 그거 아주 힘든 일이야.

 

168

나는 바이런에게 감정을 터놓고 이야기하라고 했지만, 정작 바이런이 깊은 절망감을 털어놓았을 때에는(그 상황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바이런이 자살할까봐 겁이 났다.

 

174

내가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고통과 상실을 겪고 있었다. 세상에는 처참할 정도로 많은 고통이 있었다. 마치 인간의 보편적 시련이라는 깊은 샘의 수맥을 건드린 것 같았다.


188

C.S. 루이스. 아내가 죽은 뒤 사색록.  ‘슬픔이 공포와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201

한 친구가 애도 중인 뇌는 오래된 컴퓨터에 너무 복잡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202

저녁 때 산책을 하면서 신체적 힘을 조금씩 회복한 것처럼 다른 사람을 대할 정서적 힘을 되찾으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216

이 책의 중심은 딜런에 대한 나의 사랑이기 때문에 딜런의 마지막 순간의 사악함까지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242

여러 명의 상담사를 전전하다 자신도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치료사를 찾아냈다. 그건 정말 큰 차이였다. 그 사람의 눈을 보자 고향에 찾아온 것 같았다.

 

245

가슴속에 풀리지 않는 채로 있는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네 번째 편지에 나오는 문구다. “그 질문을 잠긴 방이나 외국어로 쓰인 책처럼 여기고 그 자체로 사랑하려고 애쓰라.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라. 그 답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게 관건이다. 지금은 그 질문을 살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먼 날에, 점차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답을 경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276

살인하는 사람은 자살 성향 때문에 그럴 때가 많다.

 

311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는 막상 만나면 불쾌할 때가 많다. 공격적이고 호전적이고 무례하고 화를 잘 내고 적대적이고 게으르고 짜증을 내고 솔직하지 않고 위생상태도 썩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이게 도와달라는 신호일 수 있다.


346

때로는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집안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대드는 게 야단치고 바로잡아야 할 일이 아니라 도움을 주어야 할 일일 수도 있다.


402

나는 웃음이 마구 흔들리는 내 안의 평형계를 다시 조정하도록 도와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