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닥

뭐든 밑줄긋기 126건이 검색되었습니다.


p163-164
<“기타가와의 안목은 대단해. 이 변전소가 날아가면 오사카 역 부근에서도 보이겠는걸. 경찰서나 소방서, 스미타은행에서도 당연히 보일 테지. 생각만 해도 오싹하네.....”
모모가 소리 죽여 웃었다. 촉촉하게 빛나는 두 눈만 보였다. 고다는 웃지 않았다. 떨쳐내기 힘든 불쾌감이 느껴졌다.
“흥, 그게 죽어도 좋다고 하는 녀석이 할 소린가?”
“이 일에는 인간이 얽히지 않으니 마음이 편해. 누구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상도, 이념도, 그 무엇도 없어. 난생 처음이야. 이렇게 자유롭기는.....”
“모모, 미안하지만 넌 당분간 살아있어야 해. 구니시마는 나하고 기타가와가 처치했어. 나하고 기타가와가 그놈 입을 막았단 말이야, 알겠어?”
대답이 없었다. 모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모모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고다, 미안해...... 난 누가 알아주기를 바란 것뿐이야. 형을 죽였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어. 성당에 가서 고해를 하고 싶었지.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어..... 넌 아무 말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지. 권총까지 보여주었는데도 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마음이 꽤 편해졌어. 대신에 네가 힘들어졌지만.....”
“내가 너의 예수님을 대신한 건가? ......미리 말해 두겠는데, 난 구니시마를 죽이고 싶었기 때문에 죽인 거야. 나 자신을 위해 죽인거지.”
고다는 그렇게 내뱉고 일어섰다. 모모도 따라서 일어났다.
간사이건물관리주식회사의 좁은 통로를 빠져나오는 동안 모모의 손은 내내 고다의 등에 있었다. 그 손은 할머니의 넋두리처럼 고다의 등을 계속 쓰다듬었다. 모모가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고다, 기타가와한테 들었어. 너는 성서를 갖고 있다면서.난 너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언젠가는 너와 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 너하고는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p218
<"느낌이 별로 좋지는 않지만 어쨌든 해 볼거야. 부딪쳐 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가 있지. 그럴 땐 부딪쳐 볼 수밖에 없어. 한 걸음 디뎌 보고 아무 일도 없으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거지. 뭔가 있을 것 같으면 뒤로 물러나고. 그러다 보면 배신자의 꼬리도 잡힐 거야.“
모모는 느릿느릿 그렇게 말했다.>

p339
<모모 없이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정했을 때, 지하 주차장의 카롤라는 포기했다. 짐은 옥상에서 내린다. 따라서 세워둔 트럭이 있는 고가 쪽이 유일한 퇴로다. 이미 두려워할 단계는 지나 있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남은 일은 무조건 도망치는 일 뿐이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세심한 주의를’이라고 하는 말이 헛소리라는 사실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로봇이라면 몰라도 인간이 하는 일은 기세가 붙어야만 성공한다. 지금은 세심한 주의보다 최대한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단계였다.>

 

이, 소설 굉장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울부짖지도 않고, 모두들 담담한데... 이상하다.
어쩌면, 회색빛 같았던 고다는, 모모를 만나고, 제 속에도 뜨거운 것이 있음을, 하나의 인간이 되었음을 안 거 같다.
때때로, 우린 사랑을 말하지만, 난 때때로 사랑이란 건 그닥 쉽게 오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남녀간의 사랑 뿐만 아니라 그 많은 것들이..
아니다, 어쩌면 현대라는 시대가 마음에 흐르는 훈훈한 것에 둔감해지게 하는... 그런 시기인 지도 모르겠다.
난 그래서 마음이 둔한 사람들이, 제 마음에도 뜨거운 것이 있음을 힘겹게 발견하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근데 이상하긴해... 왜 이 소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
이 이야기를 읽은 누군가와 이야기 해보고 싶다. 어쩌면 서로 비슷한 사람을 만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