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the road)
뭐든 밑줄긋기2010. 4. 30. 22:42
내가 더로드를 읽었기 때문일까?
미친 봄 날씨에, 지구의 건강을 새삼 걱정하게 했다.
예전 전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공각기동대나 패트레이버 같이
세기말 분위기가 가득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곤 했었는데...
요즘, 내가 본 좁은 범위의 만화책 속에서 작가들은
지구 멸망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세븐 시즈가 대표적...
아? 그거 하나밖에 없다. 하하...
더 로드를 궁금해하며 내내 읽게 했던 힘은,
이 작가가 절망을 이야기할 것인가?
희망을 이야기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 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하는가였다.
정말 끈질기게 버티고 버틴 뒤에야 희망이 온다.
인육도 먹어대고,
아기도 먹어대는
멸망 후 지구 시대에는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은 참으로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근데 아이는 그게 포기가 안 된다.
근데, 나는 뒤에 옮긴이의 말에서 코맥 맥카시의 삶을 보고, 그가 더 흥미로워졌다.
왠지 그의 책은 어려운 감이 있다.
문장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열심히 읽어야 하는데,
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내게 더 호기심을 일으켰던 역자 주를... 여기에...
p324
<그러나 왕성한 작품활동과는 달리 매카시는 실제로는 긴 세월 동안 은둔의 작가였다.
다른 작가를 직접 만나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고,
지금도 어느 과학 관련 연구소에 나가 글을 쓰며 쉴 때는 과학자들과 어울린다고 한다.
그러나 매카시가 긴 은둔 기간을 그렇게 유유자적하게 보냈던 것 같지는 않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않았다고 하니 궁핍도 대단히 심각했던 모양이다.
언젠가는 거의 팔 년 동안 헛간 같은 곳에 살며 목욕은 호수에 나가서 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누군가 대학에 와서 그의 작품에 관해 강연을 하면 상당한 액수의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매카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책에 다 있다면서 이 제안을 거절했다.
물론 그 뒤로 일주일 동안은 또 콩만 먹고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 곤궁한 생활에서도 죽으란 법은 없더라는 것이 매카시의 말이다.
정말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면 꼭 어딘가에서 살 방도가 나타난다.
(한번은 코카콜라가 지원금을 주었다고 하는데,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유명사가 사라진 '로드'의 흑백의 세계에 빨간 코카콜라 캔이 도드라지게 등장하는 것이 그런 인연의 소산이 아니겠느냐고 한마디 하기도 한다). 작가의 개인사와 관련된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유치한 유추이기는 하지만 '로드'의 아버지와 아들이 곧 굶어죽을 듯하다가도 이내 먹을 것을 발견하는 대목들에서 작가의 삶이 얼핏 엿보이기도 한다.>
정말 그런가?
모든 예술작품이 그렇듯이,
머리가 아닌 자신이 살아온 삶의 어느 부분에서 오는 통찰인 것 같다.
그도 삶을 살다보니, 어렴풋하고 희미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발견한 것일까?
희망은 너무 쉬운 말인데...
사실 삶 속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