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닥

2002.02.23 01:58

하지만 그들은 솔직하기에 매혹적이다.
너무 매혹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넘어가거나
마음을 주곤한다.

너무 솔직하다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맘을 준다는 것과 같은 말일까?

모르겠다.


도스또 "상처 받은 사람들" 上 89-91

< 나는 그가 나의 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에 대해 판단할 때 실수를 할 수도 있었겠다고 느꼈다. 그렇다.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를 아는 사람들 가운데 오직 나만이 그렇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를 결코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많은 점이 나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말쑥한 외모도, 아마도 바로 그의 외모가 지나치게 말쑥하다는 점 떄문에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나중에 나는 내가 이 점에서도 그를 편파적으로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은 균형잡혔으며, 그의 긴 얼굴은 언제나 창백했다. 그의 머리는 금발이었고 눈은 크고 파란색이며, 부드러운 동시에 사려 깊은 빛을 때고 있었다. 그 눈 속에는 이따금 갑자기 가장 순박하고, 아주 어린아이 같은 유쾌함이 떠올랐다. 그의 도톰하고 그리 크지 않으며 붉은, 매우 선명한 입술 윤곽에는 거의 일종의 진지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입술에 문득 비치는 미소는 더 놀랍고 더 매력적이었다. 그의 미소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어떤 기분에 있든지 간에, 그의 미소에 대한 대답으로 그와 마찬가지로 미소짓고자 하는 일종의 즉각적인 욕구를 느끼게 할만큼 그렇게 순진하고 소박했다. 그는 눈에 띄게 옷을 입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말쑥하게 차려 입었다. 모든 면에서 이 말쑥함은 그에게 어떠한 번거로움도 요하지 않으며, 말쑥하다는 점에서는 그가 타고났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도 몇몇 나쁜 습성, 즉 품위 있는 사람에게 있는 몇몇 나쁜 습성인 경솔함, 자기 도취, 공손한 불손 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나치게 맑고 소박한 심성을 소유하고 있었고, 자신이 가장 먼저 이러한 버릇을 그대로 인정하고, 뉘우치고, 그것들에 대해 우스워했다. 나에게는 이 어린아이 같은 친구가 결코, 심지어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여겨졌다. 만일 그가 거짓말을 한다면, 그는 이것이 나쁘다는 것을 모르고 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의 이기심조차도 매혹적인데, 그것은 아마도 그가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는 점 때문이었으리라. 그에게는 도대체 꾸밈이란 게 없었다. 그의 마음은 연약하고, 남을 쉽게 잘 믿으며, 소심했다. 그에게는 의지란 게 없었다. 그를 모독하고 기만하는 것은 죄업이며 당치 않은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린아이를 모독하고 기만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순진하며, 도대체 생활이란 것을 거의 알지 못했다. 나이가 마흔이 되어도 그는 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리라. 이런 사람들은 소위 영원한 미성년으로 선고받은 듯하다. 내가 보기에 그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라곤 없는 듯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마치 어린아이처럼 응석을 부렸을 것이다. 나따샤는 이 점에선 진실을 말했다. 즉 누군가 그에게 강한 영향을 끼치면 그는 나쁜 일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런 행위의 결과를 인식한다면, 아마도 그는 후회로 인해 죽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따샤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그의 주인, 주재자, 심지어 그가 자신의 제물이 될 것이라는 점을 느꼈다. 그녀는 미칠 듯이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기쁨을 미리 맛보았는데, 바로 그 때문에 그녀는 아마도 그를 위해 제일 먼저 자신을 희생하려 서둘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 속에서도 사랑이 빛났다. 그는 황홀에 젖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순수함이 완벽해서
지 멋대로 나둬야 하는 사람!